산 행 알 림/허상·헛깨비

4.5t 트럭안의 부부

허상/헛깨비(송문호) 2010. 8. 15. 07:40

 

 

 

4.5t 트럭 안의 부부

 

 

 

화물트럭 몰던 남편이 덜컥 병에 걸렸다.

 

아내가 운전을 배워 서울~부산을 일주일에 3번씩 함께 왕복한다.

신장병을 앓는 남편은 시속
100㎞ 트럭 속에서 하루 4번 투석을 하곤

 

곯아 떨어진다. 

밤 11시 영동고속도로, 아내가 운전대를 잡고
남편은 신장 투석을 한다.

 

살기 위해, 부부는 밤낮없이 달린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차창을 타고 흘러내린다.

 

밤 11시 이은자(55)씨가 운전하는 4.5t 트럭이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여주

 

부근을 달린다.

 

트럭이 차선을 바꾸자 운전석 뒤편에 매달린 링거팩이 마구 흔들거린다.

 

남편인 심원섭(53)씨가 누워서 복막 투석을 하고 있다.

 

시속 100㎞로 달리는 트럭 속에서투석은 30분 만에 끝났다.

 

10년 전부터 신장병을 앓고 있는 심씨는 하루 네 번씩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석을 한다

.

투석을 마치자마자 심씨가 코를 골며 잠들었다.

시끄럽지요? 하지만 저 소리가
나한테는 생명의 소리예요.

 

가끔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손을 뒤쪽으로 뻗어 남편의 손을 만져 본다.

 

곤하게 잠든 남편, 고맙고 또 고맙다.

부부는 일주일에 세 번씩 서울과
부산을 왕복한

.

수도권지역 공단에서 짐을 받아 부산 지역에 내려놓고,부산에서 짐을 받아

 

서울로 가 져온다.

 

원래는 남편이 혼자서 하던 일 하지만 5년 전부터 아내가 함께 다닌다.

 

렌터카· 택시· 버 스, 안 해본 운전이 없는 경력35년 베테랑 운전사인 심씨는

 

1995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뇌졸 중이 나아질 무렵 다시 심장병으로 6차례 수술을 받았고, 신장병까지

 

겹쳤다.

사업은 망가졌고 고단한 병치레 끝에
자녀들과도 사이가 멀어졌다.

 

아들 둘, 딸 하나 가운데 막내 아들(28)을 제외하고는 연락도 하지 않는다

.

출가한 큰딸과 아들에게는 더 이상 손 벌리기가 미안해 연락도 못해요.

 

저희끼리 잘 살길 바랄 뿐이죠. 아내 이씨가 한숨을 내쉰다.

운전석 옆에서 남편 수발을 들던 이씨는
2004년 아예 운전을 배웠다

.

몸이 아픈 남편과 운전을 교대로 하기로 했다

.

트럭이 안산공단에 들어서자 남편이 운전대를 잡았다.

 

좁고 복잡한 시내 길은 남편 심씨가

,

고속도로 같은 쉬운 길은 아내 이씨가 운전을 한다.


낮에는 지방에서 전날 밤 싣고 온 짐을 안산· 반월공단 공장을 돌며 내려놓는다.

 

해 질 녘이 되면 쉬지도 않고 지방으로 가져갈 물건을 싣는다

.

저녁 7시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집에 눈 붙이러 잠시 들렀다.

 

남편은 집까지 걸어가기가 힘들다며 그냥 차 안에서 쉬겠다고 한다.

 

아내만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집으로 향한다.

 

이틀 만에 돌아온 집은 온통 빨랫감과 설거지감으로 발 디딜 틈도 없다.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는 막내 아들 뒤치다꺼리도 이씨 몫이다.

 

집안 청소를 마친 이씨는 무너지듯 쓰러진다.

좀 쉬었어?  밤 10시, 짧은 단잠을 자고
돌아온아내에게 남편이 한마디 던졌다.

 

무뚝뚝한 남편 앞에서 이씨는 말없이 트럭에 시동을 걸었다

.

밤 12시. 어느새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접어들자,뒤에 누워 있던 남편이 눈을

 

뜨며라면이라도 먹고 가자고 했다.

 

충북 괴산휴게소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트럭을 세워놓고
이씨가 트럭 옆에서 라면을 끓였다

.

남편은 다른 사람이 끓인 라면을 먹지 못한다

.

신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 특유의 입맛 때문이다.

먼 길을 달려온 부부는 남해고속도로
장유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

라면을 끓여 먹으며 다시 하루를 준비한다.

라면으로 허기를 달랜 부부가
다시 트럭을 몬다.

 

새벽 2시쯤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에 도착했다

.

휴게소 한쪽에 차를 주차시킨 뒤 남편이운전석 뒤편 남은 공간에 전기장판을

 

깔고 눕는다.

아내는 운전석에 나무합판을
깐 뒤 잠을 청한다.

 

뒤쪽 공간이 조금 더 따뜻하고 편하긴 하지만 한 사람이 누워도 몸을

 

뒤척일 수 없을 만큼 좁다.

 

 이렇게라도 함께 잘 수 있어 좋습니다. 꼭 신혼 단칸방 같지 않나요?

 

남편 심씨가 애써 웃는다.

 

새벽 4시, 캄캄한 어둠 속에 트럭이 다시 출발했

.

새벽 6시 전에 톨게이트를 통과해야만 통행료 50%를 할인받을수 있다.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에서
구마고속도로로 바뀐다.


심씨 부부가 이틀 동안 10여 차례로 고속도로를 바꿔 타며 돌아다닌 거리는

 

1200여㎞. 한 달 수입은 기름값, 통행료 제외하350만원 정도다.

 

일감이 없는 날도 많다.

 

트럭 할부금으로 매달 180만원 심씨 약값으로 50만원이 들어간다.

 

정부에서 6개월마다 기름값 보조금 명목으로 150만원이 나오지만


남은 돈으로 생활하기에는 빠듯하다

.

그래도 약값이라도 나오니 다행이지요.

남편 몸이 조금 나아져 같이 다닐수 있는게
행복이라면 행복이고요

페달을 밟는 이씨의 표정이 밝다.

 

피곤해도 자동차 타고 여행 다니는 심정으로 일하지 뭐!

 

일 때문에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지는 거 아냐?

 

남편과 아내가 손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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