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알 림/발 길 따 라

양동마을/경주

허상/헛깨비(송문호) 2011. 8. 26. 09:16

 

 


양동마을에는 향기가 난다. 500년 동안 품어온 옛 사람의 향기다. 언덕배기에 올라선 관가정 누마루에도, 서백당과

함께 수백 년 풍파를 견디고 선 향나무에도, 이름 없는 소담한 초가집에도, 나지막한 돌담길에도 향기가 그득하다. 옛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수백 년의 전통과 문화를 이어온 양동마을. 그곳에 가면 능선과 골짜기 따라

보석같이 펼쳐진 500여년의 ‘살아있는 역사’ 를 만날 수 있다.

물(勿)자형의 지세 이룬 명당마을 양동마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반촌으로,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등 두

집안이 서로 협조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오랜 역사를 이어온 유서깊은 전통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로 지

정될 만큼 온갖 귀중한 문화재도 넘쳐난다.



높고 낮은 지세에 따라 들어앉은 수백년 된 기와집과 초가집의 조화가 아름다운 양동마을


특히나 양동마을은 마을의 뒷 배경이자, 주산인 설창산의 문장봉에서 산등성이가 뻗어내려 네 줄기로 갈라진 등선과 골

짜기가 물(勿)자형의 지세를 이루고 있는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산과 물이 마을을 잘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 그래서인지 10여리에 펼쳐진 안강 평야의 주인이 모두 양동마을 사람이라고 했을 정도로 대대로 풍족했다. 그 넉

넉함은 자손들의 교육에 아낌없이 힘을 쏟을 수 있게 했을 터. 그 덕에 월성 손씨인 손소 선생을 비롯해, 이조판서를 지

낸 우제 손중돈 선생과, 회제 이언적 선생 등 훌륭한 현인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양동마을의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古건축물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골짜기마다, 산등성마다 들어선 고택 마을에는 수많은 조선시대의 상류주택을 포함해 옛 명문대가의 영광

스러운 자취와 선조들의 삶이 배어있는 와가, 상민들이 살았을 고즈넉한 초가 등 160여 호가 한 폭의 그림처럼 들어앉아

있다. 마을의 거의 모든 가옥들에는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말 그대로 ‘ 살아숨쉬는 박물관’ 인 셈이다. 양동마을의 특

이한 점은 바로 가옥의 위치에 있다. 평평한 땅에 자리 잡은 다른 민속마을과는 달리 양동마을은 높고 낮은 지세에 따라

가옥이 들어서있는데, 마을의 높은 곳에는 양반가옥이, 낮은 지대에는 하인들의 가옥이 양반가옥을 에워싸고 있는 형태

를 취하고 있다. 이는 예전 양반댁 일을 돕던 외거의 하인들이 주변에 살면서 생겨나게 된 구조라고 한다.


고풍스러운 고택과 정겨운 초가, 그리고 계절따라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

가옥들의 배치 또한 듬성듬성하다. 골짜기마다 산능선마다 깊이 숨겨져 있어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까이 접

근해야만 비로소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내니 마치 비밀의 정원에 한발 한발 다가가는 그런 기분마저 든다. 마을 앞마당

에는 백련과 홍련이 연꽃향기를 뽐내고, 언덕에 피어난 노란 코스모스의 진한 향기에 벌과 나비가 쉬지 않고 드나든다.

초가 지붕에는 호박넝쿨이, 마당에는 붉은 고추가 뜨거운 햇볕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다. 빨래

줄에 걸린 형형색색의 옷가지들은 마치 춤을 추듯 흩날린다. 사람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건축물들

이 자연의 뜻에 거스르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 바로 양동마을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곡식이 자라는 모습을 보듯 자손이 커가는 모습을 본다는 관가정
관가정에서 바라본 안강의 들
←99칸의 위용이 깃든 향단의 모습

◆ 관가정에서 바라보는 기름진 안강 들 마을을 찾았다면 꼭 둘러봐야할 가옥들이 있다. 바로 보물로 지정된

고택들이다. 먼저 만나게 되는 보물은 관가정. 정충비각을 지나 언덕으로 오르면 세월의 깊이가 물씬 풍기는 건축물이

나온다. 곡식이 자라는 모습을 보듯이 자손이 커가는 모습을 본다는 뜻을 가진 관가정이다. 과연 관가정 누마루에 오르

니 기름진 안강 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래쪽에는 하인들의 거처였던 4~5채 가량의 초가를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손씨

후손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구름 모양의 누마루도 예쁘다. 땀을 식히며 잠시 쉬었다 가기에 좋다. 99칸의 위용을 자랑

했던 향단도 주목해 볼거리다. 향단은 이언적이 경상관찰사로 부임할 때 그의 모친의 병환을 돌볼 수 있도록 중종이 목

재를 하사해 지은 집으로, 지금은 56칸만 남아 있다.



안골에서 산 하나를 넘은 물봉골 끝에 자리잡은 무첨당.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듯한 입구의 모습

하늘로 날아갈 듯한 무첨당의 처마

대원군이 썼다는 죽필인 좌해금서



비밀의 정원 속 들어앉은 무첨당 산새소리 정겨운 마을 뒤 숲길을 걷다보면 두 개의 보물이 제 모습을 드러

낸다. 양동마을의 두 성씨를 대표하는 가옥인 무첨당과 서백당이다. ‘조상에서 욕됨이 없게 한다’ 는 뜻의 무첨당은 회재

이언적 선생의 부친인 성균생원 이번 공이 살던 집으로, 1460년경에 지은 여강 이씨의 종가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마치

비밀정원으로 들어가는 듯 그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사랑채의 날아갈 듯한 처마와 정밀하게 조각된 난간 등이 세련된 솜

씨의 주택임을 보여준다. 무첨당 오른쪽 벽에는 대원군이 집권 전에 이곳을 방문해 썼다는 죽필인 좌해금서(左海琴書)

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데 ‘영남의 풍류와 학문’ 이라는 말인데, ‘무릇 선비란 풍류를 알고 책을 읽어야 한다’ 는 뜻이 담

겨 있다.



양동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택으로 손꼽히는 서백당의 위엄하고 기품있는 모습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수령 540년의 향나무

삼현지지의 명당으로 알려진 서백당


대쪽같은 선비정신 새겨진 서백당 무첨당이 이씨의 종택이라면, 산중턱에 자리잡은 서백당은 손씨의 종택

이다. 규모와 격식을 갖춘 대가옥으로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택으로 손꼽힌다. 서백당은 ‘하루에 참을 인(忍) 자를

백번 쓴다’ 는 뜻으로 대쪽같은 선비정신이 오롯이 배어 있다. 설창산의 혈맥이 집중된 곳인 서백당은 예부터 삼현지지

(三賢之地)의 명당으로도 알려져 왔다. 세분의 현인이 나는 땅이란 이야기다. 실제 청백리인 손중돈 선생과 동방 5현에

꼽히는 회재 이언적 선생이 모두 이 곳에서 태어났다. 이후 남은 1명의 인물이 손씨여야 한다며 손씨 집안에선 며느리

출산 때는 방을 내줘도 딸에게는 허락하지 않는단다. 두 현인은 이미 태어난 셈이다. 마을 사람들은 언젠가 나타날 한

명의 현인을 기다리고 있다.

서백당은 행랑채, 살림채, 사당으로 구분되어있는데, ‘ㅡ’자 형으로 길게 서있는 행랑채가 가장 앞에 자리 잡았고, 그 뒤

로 한 단 높은 곳에 살림채가 ‘ㅁ’자 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또한 위쪽에는 사당이, 아래쪽에는 오랜 향나무가 위엄한 모

습으로 서백당을 지키고 서 있다. 특히나 고택의 나이인 수령 540년의 향나무는 마치 분재처럼 꾸불꾸불 꼬여 보는 이

의 감탄을 자아낸다. 서백당 외에도 마을에는 손소영정, 낙선당, 근암고택, 두곡고택, 심수정을 비롯해 많은 볼거리가 즐

비해 있다. 여유가 된다면 마을 아래 아랫말진사댁, 흙담초가집, 남산댁 등 전통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옛 것에 대

한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여행 팁>
◎ 양동마을 가는 방법

1) 경부고속도로 영천 I.C - 영천시내 - 안강방면 28번국도 이용 34km 정도가면 양동민속마을 입구 - 우회전하여 1.2

km - 양동마을

2) 경주역에서 포항방면 7번국도 이용, 19km 진행 - 강동 I.C에서 안강쪽 28번 국도로 들어서 2km 진행 - 양동마을

입구(제2강동대교)에서 우회전하여 1.2km - 양동마을

◎ 숙박안내 : 양동마을 내에 있는 남산댁초가(054-762-4418), 우연제(054-762-8096), 흙담초가집(054-762-8444),

이향정(054-762-4195)등이 있다.

◎ 양동마을 여행문의 : 경주시청 문화관광과 054-748-9001/양동마을(정보화마을) 070-7098-3569



-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U투어정보팀 손은덕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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